[코스인코리아닷컴 이재수 기자]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규제강화로 위기를 맞았던 국내 화장품 업계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한령, 한국 단체관광객 제한조치 등 자국 보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 언제든 정치적 갈등을 핑계 삼아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화장품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이 주목 받고 있다. K-뷰티의 영향으로 유럽에서도 한국 화장품의 인지도가 상승세인 데다가 유럽에서 인정받기만 한다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샤, 투쿨포스쿨, 토니모리 등과 같은 많은 브랜드가 이미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으로 진출한 상태다. 다른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관심에 비해 아직 유럽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중요한 점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유럽 시장의 RP체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강조하는 화장품유럽인증 전문업체 하우스부띠끄(심형석 대표 www.house-boutique.net)의 제이미 킴 유럽법인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 본다.
유럽 RP가 무엇인가요?
RP는 Responsible Person의 약자로 제품을 유통시킬 때 안전을 보장하는 유럽 역내 책임자입니다. EU내 생산 제품이든 수입품이든 상관없이 유럽내에서 유통이 되는 제품이라면 반드시 RP가 지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RP는 주로 누가 하게 됩니까?
일반적으로 RP가 되는 경우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유럽에서 제조한 제품이라면 대부분 제조사가 RP역할을 하고 그 외 국가에서 제조한 수입제품은 주로 수입업자가 RP를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조사가 RP전문회사 같은 제3의 회사에 RP권한을 위임할 수 있습니다.
RP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RP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제품정보파일(Product Information File, 이하 PIF)를 작성해서 보유하고 유럽에서 제품이 유통되는 동안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RP는 해당 제품이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유통이 되는 시점부터 10년 동안 PIF를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RP가 가지고 있는 제품 정보가 항상 올바를 수 있도록 제조사는 제품에 어떠한 변경사항이라도(성분, 디자인, 라벨 등) 발생하면 바로 RP에게 알려 등록된 정보를 수정해야 합니다. 만약 변경사항을 통보하지 않아 판매중인 제품과 등록된 정보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RP에게 알려야 합니다.
특히 중간에 제조사가 바뀌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미리미리 RP와 연락해 상의를 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RP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RP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품 레이블 등의 RP 정보로 연락이 된 타 바이어들에게 암묵적으로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 내에서 제품의 책임자는 제조사가 아닌 RP이기 때문에 제품에는 반드시 RP정보를 표기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므로 유럽 내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모든 연락이 RP에게 가게 됩니다” 이 말은 곧 RP가 제품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독점판매권도 가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RP가 중요한 이유 두 번째는 RP의 의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RP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의무는 PIF(제품정보파일, Product Information File)를 보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PIF에는 제품의 정성, 정량을 포함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결국 제품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RP와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RP를 선정할 때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RP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RP의 역할에 대해 확실히 이해를 하신 후 RP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유럽에서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등록과 RP비용을 모두 부담하면서 제품을 사가겠다고 한국 회사에 연락하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수입자가 RP가 되는 경우인데 RP를 보유한 수입자가 독점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입자가 한국 회사와 함께 제품을 유럽에 널리 알리려 한다면 정말 이상적인 경우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러 회사의 RP를 가지고 재판매를 통해 이익을 남기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한국기업이 폴란드 수입업체 A에게 RP를 주고 폴란드에 제품을 수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폴란드에서 제품을 접한 이탈리아 수입업체 B도 이 제품을 이탈리아에서 판매하고 싶다고 했을 때, B사는 판매문의를 한국의 제조사가 아닌 폴란드의 A사에게 연락해 A사에서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품에는 RP인 A사에 대한 정보만 나오면 제조사에 대한 정보는 표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품의 RP인 A사는 이렇게 해당제품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고 물가가 각기 다른 전 유럽을 상대로 제품을 유통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RP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RP를 넘긴다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수입업자에게 판매주도권을 넘겨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수입업자에게 판매주도권을 넘기는 걸 원치 않는다면 제3의 RP전문회사에 RP를 맡기고 에이전트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또 PIF에 모든 정보가 있는 만큼 회사정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인지 알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제품을 사가는 바이어들에게는 RP가 어떤 회사인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바이어들의 입장에서는 RP를 보고 제품의 신뢰성을 판단하게 되는데 바이어나 소비자에 따라 각 국가에 대한 편견이나 이미지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진국 이미지가 강한 서유럽 국가들이 긍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RP전문회사에 RP를 맡기면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첫 번째 장점은 제품에 대한 독점권을 한 회사에게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장점은 회사 기밀을 일반 유통업체나 수입업체에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RP전문업체는 유럽 회사도 있고 한국 회사도 있습니다. 유럽 업체는 아무래도 업무방식이나 시차와 같은 요소들로 한국 회사에 비해 연락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 수입업체에게 RP를 주는 것보다는 회사의 이익적인 측면에서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제품에 여러 RP가 있을 수는 있나요?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RP와 제품등록, 비용까지 알아서 처리해 주겠다는 각기 다른 세 회사가 연락을 해왔다면 RP를 세 군데에 모두 주고 각각 CPNP(유럽화장품승인절차)에 제품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한 제품이 CPNP에 세 번 등록이 되는 것입니다. 세 번 등록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RP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회사의 정보를 많은 곳에서 알게 되고 유럽 내 제품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 봐야 합니다. 특히 CPNP 등록은 본래 한 제품에 한 번만 해도 유럽경제지역(EEA) 31개국에서 모두 유효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을 세 번씩 등록하는 일은 불필요한 정보노출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수입업체에서 비용을 부담했을 경우 한국 기업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당장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유럽 내에서 독점권을 가지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RP를 변경하거나 다른 회사에 RP를 넘기려고 할 때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RP를 변경하는 건 가능한가요?
네, RP변경도 가능합니다. RP전문회사에 RP를 위임하셨다면 기존 RP에게 연락해 RP변경을 요청하고 가지고 있던 제품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아 새로운 RP가 등록을 진행하면 됩니다. 물론 제품에 나와있는 기존RP 정보도 바꿔야 합니다.
기존 RP가 수입업체이고 등록비용을 부담했던 경우라면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대부분 그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든 PIF를 제조사와 공유하려 하지 않는 데다가 공유한다 해도 해당국가의 언어로 만든 파일인 경우 도움이 안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RP를 변경하면 제품을 새로 등록해야 하는데 제품 등록에는 PIF가 필수적이므로 PIF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화장품 시장 진입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영국은 작년에 EU탈퇴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탈퇴를 진행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종 탈퇴시기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국이 탈퇴를 하게 된다면 유럽경제지역(EEA)에 포함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지금 영국에 RP를 두는 것은 고려해봐야 합니다. 나중에 RP를 바꿔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우스부띠끄도 RP를 맡고 있나요?
하우스부띠끄는 아일랜드에 RP를 보유하고 있는데 아일랜드는 영어권 국가이고 서유럽에 위치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약 20여개 한국 업체들의 RP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한국 제품이 유럽 시장에서 점점 인기가 높아지면서 바이어들의 연락도 증가하고 안전성 보고서 작성에 대한 문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꼭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안전성 보고서 작성이 중요한 만큼 RP에 대한 이해를 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RP를 하겠다고 나서는 유럽 회사들은 한국 회사들이 RP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RP가 독점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뒤늦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이어가 RP를 원하는지 꼭 확인을 해보신 후 제품 판매를 회사에서 주도하길 원하는지, 바이어에게 맡기는 것을 원하는지 득과 실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인터뷰가 RP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