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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화장품' 시대 본격화 ‘빛과 그림자’ 분석

K-뷰티 미래 화장품 시장 ‘관심’ 정부 관련 규정 마련, 업계 대응 아직은 ‘초보적’ 단계

 

[코스인코리아닷컴 오영주 기자] 지난 3월 14일 국내에서 '맞춤형화장품' 제도가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맞춤형화장품 시대’가 포문을 열었다. 맞춤형화장품은 개인의 피부 타입이나 선호도에 맞춰 매장에서 즉석으로 재료를 혼합하거나 소분한 화장품을 뜻한다. 그동안 정부는 ‘맞춤형화장품’ 도입을 위해 다방면에서 공을 들였다. 2017년 7월 맞춤형 화장품판매업을 명시한 ‘화장품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2018년 2월에는 보건복지위원장의 대안 법률로 공포하는 등 법률적인 절차까지 마련했다.

 

이는 3년 뒤인 2022년까지 ‘세계 3대 화장품 수출 국가’로 도약해 한해 9조 원 이상의 수출실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기로 한 ‘K-뷰티 미래 화장품 산업 육성방안’ 때문이다. 해당 과제에서 ‘맞춤형화장품’은 빼놓을 수 없는 중심축이다.

 

# 정부 3월 14일 '맞춤형화장품' 제도 시행, 맞춤형화장품 시대 포문

 

그렇다면 왜 맞춤형화장품일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화장품 강국으로 로레알, 샤넬, P&G,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명품이 테스트 베드로 삼을 정도다. 하지만 시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포화 상태에 이른지 오래로 내실이 무너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말 기준 가맹산업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전국의 가맹점 수는 25만 개 이상, 가맹본부 수는 5,175개, 브랜드 수는 6,353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곳들은 많지 않다. 개점률이 4%인데 반해 폐점률은 1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장품 로드숍의 쇠락이 눈에 띄게 가파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19년 대표 로드숍인 이니스프리의 매출이 전년 대비 8%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22% 감소한 626억 원이었다. 에뛰드하우스도 매출이 18% 감소한 1,800억 원이었다. 잇츠한불도 영업이익이 2018년 199억 원에서 2019년 109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으며 토니모리도 매출이 5% 줄어든 1,720억 원이었다. K-POP, 한국 드라마 등의 인기로 해외 화장품 수출에 큰 힘을 실어주었던 K-뷰티도 언제까지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맞춤형화장품’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 맞춤형화장품 시장은 50억 원도 채 되지 않은 매우 작은 시장이지만 고객층의 증가가 기대되는 블루오션이다.

 

박원석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소장은 “보고서에 따르면 16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가 61%로 상당히 높았다”며 “실제로 맞춤형 화장품 관련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맞춤형화장품 키워드 ‘기초, 향수, 빅데이터’ 약진 분야 주목

 

먼저 맞춤형화장품은 색조보다 기초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전 세계 뷰티 트렌드에도 걸맞다. 현재 글로벌 트렌드는 색조에서 점차 기초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미국 대표 뷰티 전문지 WWD가 발표한 지난해 전세계 뷰티 기업 순위에 따르면, 기초 제품을 주력으로 삼은 기업들이 두드러지게 약진했다. 또 색조의 경우 개개인에게 맞는 색보다 뷰티 업계가 출시하는 트렌디한 색이 더 구매의욕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지만 기초화장품은 개개인의 피부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같은 제품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맞춤형화장품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윤경섭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코스메틱학과 교수는 “기초 화장품 분야에서 맞춤형화장품의 밝은 미래를 전망한다”면서 “맞춤형화장품제조관리사가 맨투맨으로 진행하는 만큼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기초화장품 부분에서 메리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박원석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소장도 “유전자는 타고나는 부분이 있고 이후 환경 요인에 따라 관리 해야 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피부 상태와 유전자 진단을 통해 정확도 높은 피부 변화 예측이 가능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바탕으로) 심화된 피부 맞춤 솔루션 제안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수 분야에서도 전망이 밝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맞춤형화장품의 다양한 분야 중 향수에 대해 언급하며 맞춤형화장품이 약진할 수 있는 분야로 꼽았다. 앞으로 개인 위주로 세분화된 자기만의 시장이 커갈 것이기 때문이다. 향수는 나만의 향기를 갖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로 인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제품’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 이에 기존 향수들을 배합한 ‘향수 레이어링’, 공방에서 진행하는 ‘나만의 향수 만들기’ 등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맞춤형화장품은 소비자가 원하는 취향을 고려해 원료를 조합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느낌의 제품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기존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크리스챤 디올 코스메틱이 올해 1월 ‘디올 뷰티 1호점 플래그쉽 부티크 오픈 행사’에서 진행한 1:1 퍼스널 맞춤형 향수 컨설턴트 서비스를 실시했다. 니치 향수의 국내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향수 분야에서 맞춤형화 장품의 밝은 미래를 짐작케 한다. 고품질 원료로 수제 제조해 소수 고객에게만 판매하는 니치 향수는 ‘희소성’ 면에서 가치가 높다. 나아가 고객이 원하는 향이나 원료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맞춤형 향수를 만들어 주거나 향수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백화점에 매장을 낸 스웨덴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매출이 최근 빠르게 성장했다. 바이레도의 국내 매출은 2018년 79% 늘었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2018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프랑스 럭셔리 향수 브랜드 딥티크의 상반기 매출은 49%, 영국 니치 향수 조말론의 매출도 30% 가까이 늘었다. 기존 향수보다 가격이 3~5배 정도 비싼 데도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 개인화 트렌드 ‘나만의 개성, 희소성’ 추구 '다품종 소량생산'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융합

 

이러한 현상은 개인화 트렌드에 맞춘 다품종 소량생산 트렌드와도 연결된다. 맞춤형화장품으로 만든 향수와 기초화장품 등은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과 달리 ‘나만의 개성’과 ‘희소성’ 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맞춤형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피부 상태와 선호도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4차산업 혁명의 중심인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과도 융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는 2020년 국가디지털전환사업 과제 공모에 ‘블록체인과 빅데이터(이하 2B)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 소재 및 부품 플랫폼’이 최종 과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국비 2억 5,000만원 규모의 전문컨설팅을 지원 받고 내년(2차년도) 사업비 30억 원 (국비) 지원으로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할 계획임을 알렸다. 제주도 측에 따르면, 원료의 단계별 이력 정보, 유통 과정을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는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공유하며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맞춤형 화장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탈중앙화와 소재의 신뢰성 향상이 가능하다.

 

# 밝은 미래 전망되지만 아직 시기상조 생산공간 위생관리 ‘안전성’ 우려

 

이처럼 맞춤형화장품의 전망은 전반적으로 밝지만 올해 첫 시행되는 맞춤형화장품 제조의 실제 적용과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이제 막 포문을 연 시점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행착오가 예상될 수 밖에 없어 더욱 그렇다. 먼저 제조와 판매처에서 갖춰야 하는 설비 부담이 문제로 제기된다. 원료 개발과 확보, 제조기기와 냉장시설, 전문 인력 고용과 제조 프로세스 위생 관리, 측정 공간 마련까지 초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다. 실제로 맞춤형 화장품 프로그램의 윤곽이 나온 곳은 많지 않으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김승중 텐데이즈 아카데미 대표는 “맞춤형화장품을 만들기 위한 피부 분석과 진단 등은 소기업에서는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소기업들은 간단한 문진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제조할 수 있는 향수, 아로마 등의 분야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대기업들은 시스템을 갖추고 보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소기업들은 취향에 맞춰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양분화 현상을 우려했다.

 

윤경섭 제주대학교 교수도 “일부 여유 있는 큰 회사는 그만한 연구 시설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겠지만 작은 기업들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판매를 시작했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경쟁력이 있을 지도 의문이다. 맞춤형화장품은 아직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분야이며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인데 형성 가격대는 높은 수준이다. 1만원 안팎인 립스틱 가격이 맞춤형 매장에선 3만원을 훌쩍 넘고 내용물에 앰플을 섞는 스킨케어 제품의 가격은 17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기존에 착실히 인지도를 쌓아온 명품 화장품 못지 않다.

 

화장품은 매일 써야 해서 바로 구입해야 하는데 진단과 조제과정에 시간이 걸리니 고객이 기다려줄 수있겠느냐는 의문도 든다. 업계 관계자는 “피부 진단이나 컬러 컨설팅 등을 체험하는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경섭 제주대학교 교수도 맞춤형 화장품의 도입에 있어서 ‘경제성 측면’이 우려된다고 이야기했다. 윤 교수는 “매장에서 제조관리사가 맞춤형화장품을 제조할때 과연 얼마나 많은 고객을 한번에 상대 할 수 있겠느냐”고 현실적인 부분을 꼬집었다. 또 “맞춤 형화장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재구매를 계속 유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이런 부분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윤 교수는 “현재 국내 맞춤형화장품은 벌크로 되어 있는 제품의 일부와 정부해서 정한 원료 등을 소분, 혼합해 주는 아주 기본적인 단계에 와 있다”면서 “여기에서 더 경쟁력 있게 가려면 빅데이터, 유전적인 부분까지 분석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까진 그런 방대하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업 입장에서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모으고 분석 시스템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처음 도입됐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쳐 쌓여온 현장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 첫번째 이유다. 미리 데이터를 만들어 두고 정밀하게 분석할수 있는 기반은 현재로서는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최근 시행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증 시험을 통과한 조제관리사들이 현장에 파견되어 고객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중심 추세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안전성’ 부분이다. 본지가 자문한 많은 화장품전문가들은 “맞춤형화장품은 이렇다할 선례가 없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먼저 현장에서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성과 위생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다. 맞춤형화장 품조제관리사가 매장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공간에도 위생이나 안전 조치가 내려진 바 없으며 판매업종에 관한 규제 등도 정해지지 않았다.

 

맞춤형화장품 혼합 등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주덕 교수는 “특정 기능성 원료가 좋다면서 여러 개의 추출물을 사용할때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과도한 향 혼합으로 인한 알러지 발생도 가능하며 크림에 추출물을 넣었을 때 로션이나 물처럼 점도가 하락하는 등 제형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는 “화장품끼리 혹은 성분을 혼합하다가 오염이 생기는 경우 등 조제혼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가 있다”면서 “생산 기업이 화장품을 만들어서 유통망에 공급하면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만 조제관리사를 도입할 경우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맞춤형화장품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혼합하는 조제관리사의 전문성과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올해 국내에서 시작한 ‘맞춤형화 장품조제관리사 국가시험 자격증’은 얼마나 검증된 전문관리사를 배출해 냈을까?

 

# 2월 22일 첫  시행 '제1회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국가자격시험' 전문성 검증 '의문'

 

지난 2월 22일 처음으로 실시된 '제1회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국가자격시험'은 현장에 투입될수 있는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시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문가를 배출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무엇보다 실기 없이 필기로만 이뤄지면서 이론만으로 전문성을 논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들은 세분화된 제품과 고객 니즈에 맞는 처방을 내리고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이론 중심의)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분석과 처방 능력이 검증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맞춤형화장품이 실시가 되면 안전성 문제가 대두될텐데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가 국가자격증을 땄다는 것만으로 고객이 안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이론과 실기를 함께 하는 NCS 방식에 대하여 설명하며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의 이론시험 뿐 아니라 실기시험을 동시에 실시하거나 일정한 실기과정을 이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고 의견을 제시했다.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는 매년 1회의 보수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번 첫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문제의 난이도와 적합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법규와 관련된 문제 비중에 치우친 느낌이었다”면서 “이보다는 실제로 조제 판매했을 때의 실무 경험에 도움될 만한 문제가 많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맞춤형화장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더욱 현장에서 부딪칠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대처할 만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중 텐데이즈 아카데미 대표도 이번 첫 시험에 대해 “당초 제시했던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화장품 전반적인 범용으로 발제가 되어 범위가 방대하고 취지에도 안맞는 부분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대표는 “시중에 나왔던 문제를 피해서 내려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도 미용 분야의 다른 필기시험과 비교해 월등히 어려웠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지문도 긴 편이라 시간이 모자랐다는 반응이다. 애초에 해당 시험은 수험 교재가 제대로 없는 상황인 만큼 응시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민간 교재에 의존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이번 시험 요강이 첫 공개된 정책설명회 자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수험교재가 제대로 없는 상황이다”면서 “2020년 2월 중 발간 예정인 ‘맞춤형화장품 가이드라인’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지만 맞춤형화장품 가이드라인 발표는 시험 전에 없었다. 식약처가 사전 공개한 예시문항이 있었지만 19개에 불과했다.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시험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단답형 주관식문제 출제에 대한 발상과 배점기준도 의의가 제기됐다. 한태수 솔트리 뷰티경제연구소 대표는 “이번 첫 시험에서 굳이 단답형이 필요했을까 싶다”면서 “답안 채점에 있어서 많은 수험생들의 답안을 얼마나 공평하게 채점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차제에 단답식 주관식 문제는 자격증시험에서 배제돼야 옳다”고 전했다.

 

시험이 끝난 후 따로 문제와 답안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의 신청을 받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들이다. 문제지를 회수해 갔기 때문에 모든 시험 문제와 기입한 답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의 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식약처 공고에 따르면, 이번 시험의 이의 신청 기간은 시험 당일인인 지난달 22일 19시부터 25일 18시까지로 기한도 짧은데다 명목상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항별 배점을 공개하지 않은 점 또한 불만을 사고 있다. 합격 점수 커트라인을 두고 얼마나 배점이 높은 중요한 문항에서 틀렸는지를 확인해야 다음 시험을 준비할 수 있고 불합격에 대한 의문도 해소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것이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시험 전에 미리 마련했어야 하는 채점 기준을 합격자 발표를 이틀 앞두고 공개한 것 역시 앞뒤가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우여곡절 속에서 치뤄진 제1회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시험은 8,837명이 응시한 가운데 33%의 합격률을 보이며 2,928명의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배출했다. 이들은 앞으로 맞춤형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배치돼 고객과 직접 마주할 예정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형’이어야 하는 이유 ‘고진감래’ 시장 전망 '파란불'

 

이처럼 미흡한 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맞춤형화장품법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윤경섭 제주대학교 교수는 “처음부터 갑작스럽게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면서 “기능성화장품도 현재 전체 화장품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했듯이 맞춤형화장품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겠지만 결국 걸어가야 할 길 중 하나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화장품업체가 준비하고 있는 맞춤형화장품 서비스만 살펴봐도 기존 화장품보다 한층 기술력을 끌어올린 다채로운 경험이 기대된다. 아모레퍼시픽이 출시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아이오페 맞춤형 3D 마스크’의 경우, 기존 마스크 시트팩이 너무 크거나 작아서 불만이었던 소비자의 고층을 말끔히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드 3D 마스크’는 최신 3D 기술을 활용해 매장에서 얼굴 골격과 사이즈를 측정한 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즉석에서 하이드로 겔 마스크를 만들어 제공 하는 서비스다. 자신의 얼굴에 최적화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들뜨지 않고 우수하게 밀착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양한 피부 고민에 맞춘 6가지 솔루션을 이마, 눈가, 콧등, 뺨, 입가 등 부위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도 있다. 이제 고객들은 자신의 얼굴 윤곽에 딱 맞는 ‘맞춤형 마스크팩’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CNP Rx 라인 매장 두 곳에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신고 절차를 진행 중인 LG생활건강은 판매업 신고를 마친 후 피부 상태 측정기기 ‘Rx-ray’로 제품 컨설팅을 진행하고 전문 맞춤형화장품제조관리사가 베이스 앰플에 고민 맞춤 이펙터 샷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맞춤형화장품을 제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분 부족형 지성 피부’와 같은 복합적인 솔루션이 필요한 피부 고민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분 부족형 지성 피부는 기존 화장품이 건성, 지성, 복합성 세 종류로만 나뉘어져 있어 제품 선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피부 상태 측정기기를 통해 피부 타입에 맞는 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

 

다만 판매업 신고와 제조관리사 배치 전까지는 맞춤형화장품 콘셉트 제품을 판매한다. ‘스킨 커스터마 이징 Rx 앰플’을 조제관리사가 아닌 고객이 직접 섞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피부 측정과 상담 후 베이스 앰플과 이펙터 샷을 혼합하는 과정은 기존과 같다.

 

H&B스토어인 CJ올리브영은 자체 애플리케이션 ‘올영EZ’(이지)를 활용한 피부 문진 서비스 등 디지털 솔루션 기반 맞춤형 카운슬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장 직원이 고객들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명확한 고민 상담을 통해 적합한 상품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제품이 얼굴과 맞지 않아 몇 번 쓰지 못하고 버리는 사례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해외 기업 시세이도, 로레알 등 비대면 방식 IT기술 집중 맞춤형화장품 개발, 출시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일본 화장품 시세이도의 경우,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옵튠’이란 화장품 배출 기기가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피부를 측정하고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각 피부에 맞는 화장품 조합을 찾아내는 기기다. 스트레스 상태와 생리 주기, 주변 습도, 자외선 등 세부적인 조건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민감성 피부에 특히 적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 로레알이 올해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0'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기반의 가정용 개인 맞춤형 화장품 디바이스 ‘페르소(Perso)’는 4단계의 과정을 통해 맞춤형 화장품 포뮬러를 즉석에서 만들어낸다. 사용자의 피부상태, 개인 선호도, 생활 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며 사용할수록 포뮬라를 업데이트해 최적화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Skin Authority는 뷰티 코치가 온라인이나 전용 앱을 통해 스킨케어 방식과 각종 팁을 제공하고 고객들은 코치와 스카이프, 페이스타임, 이메일 등으로 연락하는 비대면 방식을 취한다. 이를 통해 피부 문제, 개인 기호 등의 정보를 파악해 맞춤형화장품 등에 적용한다.

 

프랑스 Romy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 방식으로 고객이 전용앱을 사용해 라이프 스타일, 생활환경 등 상세 정보를 전달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개별 고객 피부 특성을 감안한 맞춤 처방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외국에서는 비대면 방식의 IT기술에 더욱 집중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고객 대면 방식이 두드러지는 것이 눈에 띈다.

 

이경구 대한화장품산업원 연구원은 “맞춤형화장품의 국내와 해외의 제도 차이 중 가장 큰 것은 ‘사람’이 다”고 말하면서 “국내의 경우, 전문가가 개입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요인이 있으며 단기적으로 제품을 많이 판매하게 되는 유통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맞춤형화장품이 중심에 있는 ‘K-뷰티 미래 화장품산업 육성방안’을 통해 선도기업과 강소기업 육성, 신규 일자리 73,000여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전문가 대면 방식은 IT 기술로는 잡아낼 수 없는 세부적인 요인도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빅데이터와 유전자 분석 시스템이 미흡하긴 하지만 진척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분석기술회사와 화장품 제조업체간 협력이 늘어나는 추세로 현재 테라젠이텍스와 아모레퍼시픽, 마크로젠과 LG생활건강, 더젠바이오와 한국화장품 등이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유전자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전자 맞춤형화장품’도 기대되고 있다.

 

또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제니끄는 소비자에게 집으로 유전자 검사용 구강세포 채취키트를 보내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색소 침착, 노화 등의 타고난 피부 특성 데이터를 파악하고 라이프 스타일 검사까지 병행해 사소한 생활 습관과 외부 환경으로부터 받는 피부 영향까지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유전자 맞춤형화장품’은 배송을 통해 집에서 편히 받아볼 수 있다.

 

다만 LG생활건강 측은 “CNP Rx 매장 두 곳에서 맞춤형 화장품을 판매하지만 현재 매장 내 조제는 중단했다”며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채용한 후에야 판매업체로 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측도 “궁극적으로는 맞춤형화장품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면서도 “아직 기술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점들이 많지만 진행과정에서의 다양한 변수와 사례들을 잘 지켜보고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중 텐데이즈 아카데미 대표는 “아직까지 맞춤형화장품은 큰 먹거리라기보다는 유의미한 작은 변화를 가져오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해봐야 알 수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솔루션을 제공해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경섭 제주대학교 교수도 “맞춤형조제관리사의 경우,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제도이기 때문에 선례가 없어서 어떤 문제점과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콕찍어 말하긴 힘들다”면서 “초기 단계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나가긴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데이터가 쌓이는 방식으로 나아가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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