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일본 통신원 이상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역대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업계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 국제상업 5월호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화장품 업계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고 있는 지에 대한 특집 '코로나19 위기 - 화장품 업계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보도했다. 본지는 일본 국제상업 5월호 특집 내용을 4회로 나눠 보도한다. 특집 주제는 ▲방일관광객의 소비붕괴에서 살아남는 열쇠는 '체험가치 판매'와 '디지털' ▲시계열로 본 화장품, 생활용품 기업의 대응 – 감염확대 미연에 방지하는 정확한 정보 제공 ▲화장품 전문점은 이렇게 움직였다 - 터치업 메이크업 서비스 금지해도 만들어 낸 고객 만족 ▲중국, 동남아시아 동향 - 혼란한 시장에서 보여준 ‘로레알’ 승리 방정식 등이다. <편집자>
# 방일관광객 소비붕괴에서 살아남는 열쇠는 '체험가치 판매'와 '디지털'
화장품 업계에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일본의 소비세 증세에 대한 반감이 연말에 진정되나 생각했는데 연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이 시장을 공격해 일본, 동남아시아, 여행상품으로 좋은 매출을 달성해 왔던 일본 기업의 호황은 순식간에 어두운 그늘에 빠졌다.
일본 국내의 인바운드 매장은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다. 중국 정부가 2020년 1월 27일 단체여행금지를 발표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격감했다. JNTO(일본정부관광국)의 통계에 따르면, 2월 방일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8.3% 감소한 108만 5,000명이었다. 화장품 구매금액이 높은 중국인 고객은 같은 기간 87.9% 감소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확산이 계속돼 3월 방일관광객 수는 2월 이상으로 침체될 것이 확실하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소비감소를 커버해 줬던 인바운드 수요는 거의 사라진 지경에 이르렀다.
방일관광객 급감으로 백화점 실적은 수렁에 빠졌다. 제프리즈(Jeffries) 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2월 화장품 면세점 매출은 다카시마야(高島屋)가 82.6% 감소, 마츠야(松屋)가 81.6% 감소, J 프론트 리테일링(JFR, J.FRONT RETAILING Co., Ltd.)이 76.6% 감소했다. 그리고 3월 1~15일의 소비제품(대부분 화장품) 면세점 매출은 미츠코시 이세탄 HD가 93.8% 감소, 다카시마야가 94.9% 감소, JFR이 96.5% 감소했다. 이전부터 지적되어 온 인바운드 의존에 대한 위험성이 바로 부각됐다.
한편, 일본 내의 수요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원래 일본인은 코로나를 강 건너 불구경 보듯 하고 있었지만 2월 26일 일본 정부의 이벤트 자제 요청, 그 다음날인 27일 홋카이도의 긴급사태 선언으로 분위가 바뀌었다.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이 늘면서 소비가 위축됐다. 백화점 각사의 2월 일본인 매출(제프리즈 증권의 조사)은 미츠코시 긴자가 12% 감소, 다카시마야가 7.8% 감소, 마츠야가 25% 감소, JFR이 36.9% 감소했다. 3월은 미츠코시 이세탄 HD가 29% 감소, 다카시마야가 27.5% 감소, JFR이 36% 감소한 형편이다.
# 2월 코로나 특수에 바빠진 일본 '약국'
인바운드의 혜택을 입은 약국은 마스크, 휴지 종류의 수요증가로 코로나19 특수를 맞았다. 한때는 몸에 묻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씻어 내려고 세안제나 샴푸, 바디 소프 등을 함께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3월에 들어서서 주춤하는 기세를 보였다. 주요 약국의 책임자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계기는 2월 21일 뉴욕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폭락이 시작되고 부터다. 그리고 3월 9일 일본 정부 내각부가 발표한 2019년 10~12월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7.1%가 감소해 일본 경제가 코로나19 전부터 크게 하락했다는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소비자들은 리먼 쇼크 수준의 위기를 대비해 지갑을 닫았다. ‘약국 채널의 매출은 2월에는 전년을 넘어섰지만 3월에는 20% 이상 감소했다.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않는 소비의욕의 감퇴가 시작된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는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 현지 고객과 '신뢰 구축' 분투하는 화장품 전문점
대기업 제조업체에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것은 고급 브랜드다.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화점에 비해 화장품 전문점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나고야를 중심으로 19개 점포를 운영하는 파르판-쿠와코야(Kuwakoya Parfum, 아이치(愛知)현)의 매출은 2019년 11월 전분기 대비 11% 감소, 12월 5% 감소, 1월 2% 증가해 순조롭게 일본 소비세 인상의 영향을 극복했으며 코로나19가 시작한 2월에도 보합세를 유지했다. 3월 초에도 전년도와 비슷했다.
다른 전문점도 분투하고 있다. 코스메틱비쇼우도(Bishodo Cosmetic, 니가타(新潟)현)의 2월 매출은 점포개축에 따른 폐점이 있었어도 보합세를 유지했고 3월은 약 20% 감소될 전망이다. 마사모리(Masamori, 시즈오카(静岡)현)는 2월 20%대의 매출 증가에서 3월은 약 20% 감소될 전망이다. 리버스(REBIRTH, 시즈오카현)의 아피타 시마다(島田)점은 2월에 두 자릿수 증가했고 3월은 전년의 대규모 세일의 영향을 제외하면 약 1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하워크(Plehawalk) 하마키타(浜北)점도 비슷한 실적을 보이는 것 같다.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 후 홋카이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삿포로 역과 연결된 쇼핑센터에 본점을 둔 화장품 전문점인 ‘호시노쿠니(星の国)’은 눈 축제 효과로 면세점 매출이 피크를 맞이하는 2월 중국의 단체여행금지의 영향을 받아 전분기 대비 30% 감소했다. 비상사태 선언 후인 3월은 70% 가까이 매출이 감소했다.
그러나 고정 고객은 크게 이탈하지 않아 고객 수는 한 자릿수 감소에 그쳤다. 호시노쿠니의 타카세 나오키(高瀬直樹) 사장은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이 해제된 후인 3일 연휴(3월 20~22일)는 평소 휴일과 같은 매출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해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증가해도 화장품 전문점의 고객 수는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파르판-쿠와코야의 대표 매장인 이온몰(Aeonmall) 오다카(大高)점은 인근의 미나미세이쿄우(南生協) 병원에서 입원환자가 코로나19 양성으로 판정되자 쇼핑몰 자체에 손님이 끊겼다. 파르판-쿠와코야 오다카점의 고객 수는 절반으로 줄었고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감소됐지만 오다카점의 고객이 인근의 파르판 매장으로 옮겨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오히려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매장도 있다.
노무라 가쯔히로(野村和弘) 사장은 "현지 고객이 다시 방문할 수 있는 전문점을 목표로 우세하게 출점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고객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전문점은 코로나19 충격에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지역의 한 전문점 경영인은 "유력한 전문점은 세심한 상담과 접객으로 직원과 고객이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문제가 되어도 고정 고객은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한다. 해외의 인바운드 수요를 흡수하면서도 현지 고객에게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고 체험가치 판매를 계속해 왔다. 그것이 코로나19의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화장품 전문점의 사례는 체험가치 판매를 경시한 백화점에게는 뼈아픈 얘기가 될 것이다. 눈 앞의 실적만을 추구해 방일 외국 관광객과 소셜바이어에게만 화장품을 팔았다. 외국어가 난무하는 매장에서 일본 여성은 떨어져 나갔지만 인바운드 전략을 재검토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는 방일관광객에게 물건판매를 의지하는 인바운드의 한계점을 노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인바운드에 의지하는 취약점은 홍콩의 소매업을 봐도 알 수 있다. 홍콩은 지난해 시위에 이어 올해 1월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됐다. 화장품 시장을 지탱해 온 중국인 관광객은 도시에서 사라졌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해 온 백화점이나 직영점은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셀프판매도 체험가치 판매로 명암이 갈렸다. 대형약국인 샤샤(Sasa)는 현지의 홍콩인에게 집중하지 않았다. 해외의 인바운드 수요 흡수에 전력을 다한 결과, 121개 점포 중 20개 점포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2월은 실적부진 때문에 코로나19 대책 제품 이외의 발주를 중단하고 임원보수를 75% 인하 조치했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홍콩시위 때보다 더욱 심각한 판매부진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샤샤(Sasa)와는 대조적인 것이 팬 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PPIH)가 전개하는 돈키호테다. 규류시마(九龍島)의 번화가인 침사추이(尖沙咀)의 1호점, 주택가인 전왕세이(荃湾西)에 있는 2호점은 여전히 판매호조를 보이며 화장품 매출은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초여름(6~7월)에는 홍콩의 번화가인 코즈웨이 베이(銅鑼湾)에 3호점을 신설하고 4호점 위치도 결정했다고 한다.
현지 기업의 책임자는 "돈키호테는 지명도도 뛰어나지만 제조업체와 협력해 한정품(상품의 개수가 제한되므로 고객에게 희소성이 있는 제품 구매라는 체험가치를 제공)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홍콩의 현지 고객들이 흥미를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 샤샤와 달리 체험가치를 적절히 판매하고 있는 돈키호테 매장에는 지금도 고객들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대 화장품 판매는 일본과 홍콩이 모두 중국인 관광객의 왕성한 소비력에 집중했다. 브랜드 성장은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수요를 모두 흡수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후를 내다보면 여성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화장품에 적합한 판매방식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 시세이도, 국내외서 대담한 대응책 적극 실천 큰 주목
한편, 화장품 제조업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응에 바빠졌다. 특히 속도감을 가지고 다양한 대책을 강구한 제조업체는 시세이도이다.
우선 1월 28일 시세이도 중국은 우한시 자선총회에서 100만 위안(한화 약 1억 5,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2월 6일 발표한 시세이도의 중국 지원책인 ‘Relay of Love’에서 상하이 자선기금회에 1,000만 위안(한화 약 15억 원)을 추가 기부하고 시세이도 그룹의 아시아 지역 매출의 1%인 1억 3,000만 위안(한화 약 195억 원)을 활동비의 사내기금으로 확보했다. 중국에 대한 코로나19 지원책으로는 화장품 업계의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터치업 활동의 자제, 철저한 테스터 소독, 일회용 면(cotton) 칩 마련 등 매장이 마련해야 할 대책을 대기업 제조업체가 보조했지만 시세이도가 2월 26일 시작한 재택근무, 교대근무, 시차출근을 결합한 감염방지책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대상자는 국내 시세이도 그룹 직원의 30%를 웃도는 약 8,000명이었다. 같은 날에 재택근무를 시작한 덴츠(電通)의 5,000명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이다. 이같이 시세이도의 대담하고 적극적인 대책은 화장품 업계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편, 시세이도 재팬은 독자적인 전문점 지원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전문점의 자금조달과 현금흐름 악화를 우려해 3월 지불을 1개월 연장(20일 마감 4월 6일 지불은 5월 7일, 월말 마감 4월 15일 지불은 5월 15일)했다. 대상 매장은 약 3,600개로 희망하는 거래처에 모두 적용했다.
두 번째 지원책은 3월 24일 발표했다. 우선 매장 지원책으로 전문점의 요구에 따라 매장방문이 어려운 고객에게 전화로 미용상담을 실시한다. 또 장명초(長命草) 음료세트(3개)를 제공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시킨다. 세 번째는 경영지원책으로 클레 드 포 보테(Clé de Peau Beauté)와 베네피크(Benefique)의 특별반품에 대응한다.
한 전문점 경영자는 "영업측면과 제품측면의 근본적인 개혁은 보이지 않지만, 시세이도의 전문점에 대한 자세는 분명히 바뀌었다"고 일련의 지원책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5월에 2개월분을 지불하는 시세이도의 지원책을 활용하는 전문점은 그리 많지 않다. 한 전문점 경영자는 "자금 결제 사이클이 깨지면 앞으로의 경영상태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한편, 시세이도가 전문점의 자금조달을 배려한 것을 계기로 오랜 상거래 관행인 제도상품의 지불 사이클 방식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전문점 경영자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문점은 구매에서 결제까지 15~20일로 회전하고 있다. 현재의 짧은 사이클은 전문점의 재고관리 의식을 높여서 건전한 경영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신용거래(무현금거래)가 많아져서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판매에서 입금까지의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매장 직원의 처우 개선, 매장 보수, 신규 출점, 디지털 활용 등 전문점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이 개선되어야 한다. 제조업체도 전문점에게 자주자립의 경영을 요구하고 있는 이상, 오래된 관습의 장단점에 대해 협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 50대 전문점 경영자는 "내가 철이 들었을 때부터 제도상품의 결제 사이클은 바뀌지 않았다. 일용잡화에 비교해 화장품의 사이클은 매우 짧아서 다른 업계의 소매점이 놀랄 정도이다. 제조업체에 따라서는 일부 거래처의 지불기간을 연장하고 있지만 비즈니스의 실정에 맞게 오래된 관습을 바꾸는 것도 전문점 업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중국, 코로나19 영향 비대면 ‘재택경제’ 정착 온라인몰, '틱톡' 등 모바일 플랫폼 이용 급증
일본 화장품 브랜드의 아웃바운드 전쟁터인 중국 본토에서는 코로나19 감염증 확대로 디지털 활용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1월 23일 우한 봉쇄 이후 각 도시에서는 순차적으로 외출이 제한됐다. 2월초에는 백화점 등의 소매업은 임시 휴업했지만 현지의 생활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집까지 배달되는 비대면 ‘재택경제’가 정착했다.
재택근무, 자택대기가 늘어나도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이 틈을 타고 동영상 사이트인 ‘BiliBili’, 모바일을 위한 숏 무비 플랫폼인 ‘Tiktok’ 등의 이용이 증가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스마트폰이 지원하는 ‘재택경제’의 존재감이 한층 높아졌다.
중국 화장품 시장도 코로나19의 큰 영향을 받았다. 백화점 카운터, 직영점이 어쩔 수 없이 폐점하는 한편, EC의 매출도 떨어졌다. 알리바바의 거래지수에 따르면, 2020년 1월 1~23일까지 메이크업은 전년 대비 64% 증가했지만 1월 24~31일은 14% 감소, 2월 1~10일은 27% 감소했다. 한편, 스킨케어도 같은 기간 각각 31% 증가, 7% 감소, 20% 감소로 마이너스 영향이 확대됐다. 반면, 식품과 음료 등 생필품은 급증해 언뜻 보면 기호품인 화장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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