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함서영] 중국 대륙 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인은 본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함서영 중국 나비쿠(상해)화장품유한공사(娜碧酷(上海)化妆品有限公司) 대표의 '차이나 코스메틱 리포트'를 이달부터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번 연재 시리즈는 중국 화장품 시장의 현황과 이슈를 중국 화장품 현장에서 생생하게 보고, 느낀 점을 국내 화장품 업계가 공유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한 것으로 실제 중국 시장 진출에 긴요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반드시 타고 넘어 가야할 만리장성을 극복하는 지혜를 얻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면 중국인의 색깔로 하세요(要做中国人的生意,请做中国人的颜色)" 중국에서 립스틱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남자라는 수식어로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알려진 립스틱 오빠 중국의 왕홍 '리쟈치(李佳琦)'가 에르메스(Hermès)에 했던 말이다.
1년전 라이브방송에서 에르메스 립스틱 29개를 시연하던 '리쟈치'는 얼굴빛이 점점 굳어지며 “이 색상들은 백인이 아니면 견딜 수 없습니다. 만족하는 색상은 2개뿐입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면 중국인의 색깔로 하세요.” 라고 낮은 평가를 했었다.
에르메스는 올 봄 아시아인 모델을 기용해 아시아인 피부색에 어울리는 3가지 색상의 립스틱과 블러셔 등 메이크업 세트를 런칭했고 이것은 세계 최대의 뷰티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국 시장을 잡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도 이렇게 중국 시장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 시장에 맞춤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는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브랜딩을 꿈꾼다면 중국 진출 프로세스에 맞게 준비하고 중국 소비자의 트렌드와 중국 유통채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 중국 진출
# 중국 진출 프로세스 기본 ‘중국 상표권’ 온라인 유통 입점 시 필수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재산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 상표권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사항인데, 의외로 자사 브랜드명을 중국에 상표등록하지 않은 기업들을 많이 본다. 이유를 물어보면 중국에 판매가 얼마나 될 지 몰라서 등록하지 않았다는 대답인데 중국에 수출하길 희망한다면 꼭 필요하다.
상표권은 3~4년전까지만 해도 있으면 좋은 조건이었으나 이제는 필수사항으로 우리가 입점을 희망하는 티몰, 타오바오, 샤오홍슈 등 온라인 판매처에서는 상표권이 없으면 입점이 불가하다. 또 런칭 후 상표사냥꾼들이 상표를 먼저 등록 해놓으면 내 브랜드 상표인데도 비용을 지불하고 매입해야 하므로 브랜드 런칭 전에 꼭 상표등록을 해야만 한다.
상표권은 신청해서 바로 등록이 되는 것이 아니라 10~18개월이 소요되니 신브랜드 상품기획 시 중국 상표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최종 등록수수료가 없고 초기 신청비용으로 상표등록이 가능하니 한국보다 상표권에 지출하는 비용이 낮다.
수영을 배우고 싶으면 수영복을 준비해서 수영장을 간다. 상표권도 없이 중국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청바지입고 수영장에 들어가겠다고 우기는 것과 비슷하다.
# 중국 진출을 위한 인허가 NMPA ‘위생허가, 비안등록’
2021년1월1일 중국 NMPA 화장품법이 30년만에 개정되었고 품질안전을 위해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정들이 많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너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중국의 경내책임인과 인허가 대행기관들이 있으니 요청하는 자료 준비를 잘한다면 인허가를 얻을 수 있다. 대행기관을 이용하는 이유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니 책임있는 대행기관을 위임한다면 방법을 찾을 것이다.
물론 2018년 비안등록제 시행 초기처럼 법규정이 변경되면 초기에는 담당 공무원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좀 더 소요되기도하고 요구하는 자료가 늘어날 수 있다.
# 중문 회사소개서, 중문 제품소개서 준비
중국어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중문으로 회사소개서와 제품소개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 “영어로 안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역지사지로 우리도 제품을 구입할 때 영문소개서만 있다면 다른 제품을 서칭하게 될 것이다.
중문으로 풍부하고 상세한 설명이 어려울 경우에는 이미지를 잘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영상미를 높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텍스트 없이 이미지로 모두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장점을 상세하게 이미지화 하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는 텍스트보다는 상세한 이미지, 동영상이 우선이므로 빼곡하게 적은 중문 설명보다 의미 전달에 더 좋다.
# 중국 진출 원한다면 한국 내 '콘텐츠' 확보가 먼저
중국 바이어나 왕홍과 미팅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안 제품에 대하여 한국 네이버와 중국 타오바오에 검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의 자료가 있어야 중국에서 판매하기 좋기 때문이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블로거와 인스타그래머를 대상으로 체험단을 진행하고 리뷰를 확보해야 한다.
비용을 지출하여 대행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고 블로거와 인스타그래머를 직접 1:1 콘텍해 제품 증정만으로도 리뷰를 얻어낼 수 있다. 히트상품으로 등록은 안되어도 검색창에 검색할 때 제품이 보여야 한다.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화해 어플에 등록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례도 늘었다. 성분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타오바오에 검색하는 이유는 판매가격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인데 가격이 혼란스러운 제품은 중국 유통업자도 왕홍도 파트너가 되려고 하지 않으니 덤핑가격으로 할인 난매를 하는 것은 회복이 어렵다.
# 중국 내 공급체인에 맞는 가격정책 결정
D2C 판매가 아니라면 총판, 1급밴더, 2급밴더, 콰징단가 등을 준비한다. 유통업자들은 제품을 보고 유통에 관심이 있으면 가격 정책과 마케팅 정책을 요구하는데 “알아서 하라”고 하면 좋아할 것 같지만 의외로 파트너쉽을 가지지 않는다. 유통에 대해 준비가 된 브랜드사와 윈윈하며 오래 지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을 보이면 한국의 브랜드사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되고 현지의 유통업자는 그 브랜드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의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도 무조건 좋다고 하는 유통업자는 실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중국 시장 트렌드
# 2021년 1~2월 중국 화장품 판매량 전년 동기 대비 40.7% 성장, 1위는 로레알
중국 국가 통계국에서 3월 발표한 소비재 판매자료를 보면 2021년 1~2월 화장품의 소매 판매액은 558억 위안(한화 9조 6,000억 원)으로 2020년 동기 대비 40.7%의 성장율을 보였는데 일반 소비재 전년 동기 대비 성장율 33.8%를 넘었다.
2020년 1년간 화장품 소매판매 성장율이 전년 대비 9.5% 성장이었음을 볼 때 2021년은 보복소비로 빠르게 소매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오바오, 티몰 등 알리바바 그룹의 화장품 판매실적을 보면 1~2월의 특성으로 메이크업 제품보다 스킨케어 비중이 2.08배였으며 1위 브랜드는 로레알이었고 랑콤, 에스티로더, SK-II, OLAY, 시세이도가 순위를 이었다.
향후 기능성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브랜드의 성장이 기대되며 품목별로는 아이크림, 아이새도우, 선크림, 에센스와 같은 제품이 시장에서 큰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것은 바이두 검색량 분석 데이터와도 일치한다.
향후 성장 가능성 있는 기능성화장품 품목
# 중국 시장서 시작되는 클린뷰티 기대주 '드끌레오'(Decléor)
2021년 중국 NMPA는 화장품법 개정을 통해 비건화장품의 인허가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시험방법 등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현재로는 인허가를 진행할 수 없다. 이에 로레알은 천연 포뮬러 아로마테라피 기반의 '드끌레오'(Decléor) 브랜드를 로레알 그룹의 클린뷰티 주요 브랜드로 집중하고 있으며 티몰글로벌을 통해 콰징으로 수입판매 중이다.
드끌레오(Decléor) 브랜드의 특징은 식물성 에센셜오일을 기본으로 식물자체의 특성보다도 활성성분의 농도를 높여 아로마테라피 뷰티케어 시스템으로 피부 문제를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완화를 위해 인체 기능의 치유와 균형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뷰티케어를 의료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아직은 크게 확산되지 않지만 클린뷰티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가 중국 시장에서 시작되고 있으니 우리 브랜드도 클린뷰티에 대한 의미있는 라인업을 한다면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 브랜드로서 기회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기업이 수요를 창출하고 우수 기업이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 가성비, 가심비 모두 잡은 파워 루키 '피커숑(Pink Bear)' 이슈
2017년 설립된 퍼펙트다이어리(perfectdiary, 완메이르지, 完美日记 wánměirìjì)는 2년 만에 Tmall Double Eleven 화장품의 1위 브랜드가 됐으며 모회사 Yixian E-commerce는 1년 만에 밸류에이션을 4배로 늘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최초의 중국 뷰티그룹 브랜드가 되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봄 또 한 번의 이슈를 몰고 왔는데 특별한 컨셉으로 뚜렷한 차별화를 갖는 퍼펙트다이어리(perfectdiary, 완메이르지, 完美日记 wánměirìjì)에 이어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잡은 Z세대를 위한 신브랜드 Pink Bear(피커숑, 皮可熊 pí kě xióng)의 런칭이다.
피커숑(Pink Bear)이라는 브랜드명도 귀엽고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감성은 Z세대 소녀 타깃이 명확하다. 판매가격도 15~59위안(한화 2,500원~10,000원)으로 Z세대가 소비할 수 있는 가격대, 소녀들이 장바구니에 담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제품들 속에서 이렇게 명확한 브랜드 감성은 팬덤을 형성하고 빠르게 브랜딩을 이룬다. 퍼펙트다이어리(perfectdiary, 완메이르지)에서 경험한 똑똑한 학습효과를 잘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기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사례가 아닐까. 아마도 피커숑(Pink Bear) 또한 퍼펙트다이어리(perfectdiary, 완메이르지) 브랜드와 더불어 해외 시장에 수출되는 C-Beauty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유통채널
# 중국 진출 인허가 필요 없는 ‘콰징판매(跨境电商, cross-border)’ 장점과 단점
콰징판매는 국경을 넘는 판매를 의미하며 중국 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일반소비자가 1년에 정해진 금액 내에서 해외의 상품을 구매하는 형태로 우리나라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중국의 소비자가 한국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역직구’ 방식이다.
콰징판매를 위해서는 전자통관 품목으로 사전등록을 하는데 3일 정도면 간단하게 등록할 수 있다. 등록은 콰징판매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에서 진행하며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인허가도 필요없고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지만 판매활성화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기에 중국 수출의 중심채널로 집중하면 커다란 실망을 할 수 있다. 콰징판매를 진행한다면 두 가지 사항을 확인해 선택해야 한다.
첫째, 콰징 플랫폼의 유입이 많은가? 중국에는 판매 플랫폼이 매우 많아서 사용자 유입이 충분하지 않은 플랫폼도 흔하다. 입점하려는 콰징 플랫폼에서 판매가 되는 사례를 확인하고 구매가 이루어지는 량이나 댓글, 리뷰 등을 살펴봐야 한다. 입점비가 없다면 업로드 자체에만 만족할 수도 있으나 입점비를 내는 경우 입점비 지출의 효율성이 있는지 반드시 검토한다.
둘째, 한국에서 붐업된 제품인가? 중국 소비자가 콰징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입하려면 구매자의 신분증 정보가 필요한데 신분증을 노출하면서까지 사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면 콰징 플랫폼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콰징 플랫폼이 아닌 곳에서 비슷한 욕구를 충족한다면 굳이 콰징 플랫폼을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기 제품이어서 사용해 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거나 기존에 없던 신박한 제품이어야 콰징 플랫폼에서 판매를 이끌어낼 수 있다.
어떤 콰징 플랫폼은 샘플로 제품을 10~20개씩 요구하는데 제품 경쟁력이 있지 않다면 플랫폼을 위한 들러리 병풍이 될 수 있으니 판단을 잘해야 한다.
필자도 콰징 플랫폼 초기에 플랫폼 요구에 따라 제품을 팔레트 단위로 보세창고에 입고시켰으나 결국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판매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보세창고 내에서 폐기한 경험이 있다.
우리 회사 제품이더라도 보세창고안의 제품은 임의로 반출할 수가 없고 반드시 소비자에게 판매가 되어야만 제품을 반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보세창고에 보관해야만 한다면 가장 최소한의 수량을 재고로 운용하고 판매추이에 따라 추가로 재고를 입고하는 방법이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웨이샹 공동구매 경로와 판둬둬 총매출액 변화
# 소비자 그룹으로 모으는 '공동구매 방식 웨이샹'
웨이샹은 B2C2C의 성격을 가지는 유통채널로 중국 국민 메신저 위챗을 사용한다면 규모의 차이는 있겠으나 마이크로 비즈니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5~6년전 웨이샹은 화장품 유통의 중심채널이 되기도 하였으며 대기업형 웨이샹도 많이 활성화되어 높은 성장을 보였는데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니 인허가가 없는 짝퉁거래도 많고 탈세 등의 문제로 정부가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면서 급속하게 약화됐다.
그런데 최근 핀둬둬의 놀라운 성장을 보면 웨이샹 채널을 활용하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핀둬둬는 기업형 공동구매 방식의 유통 채널이고 이는 웨이샹과 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단, 위생허가나 비안등록이 안되어 있다면 확산이 어렵다. 감성적 코드가 논리를 앞서는 유통채널이기 때문에 구매의사를 모아서 바로 발송해야 하는데 해외배송으로 지연되면 반품이 발생하고 전환율이 떨어질 것이다. 또 단체 그룹방에 신분증 정보를 노출하는 것도 소비자로서는 불편하다.
다음호에서는 위챗을 활용해 단체그룹방을 만드는 방법과 단체그룹방과 협의해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다른 유통채널에 대한 내용을 이어갈 예정이다. 티몰, 샤오홍슈, 유명왕홍 등의 유통채널을 이용한다면 좋겠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시도를 못하는 브랜드사가 많으므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함 서 영 중국 나비쿠(상해)화장품 유한공사(娜碧酷(上海)化妆品有限公司) 대표
프로필
나비끄(주) 대표이사, 아이큐어(주) 화장품사업본부 본부장 상무를 지냈고 네슈라, 셀랩, 김정문알로에, 한국화장품에 근무하면서 화장품 상품개발과 마케팅 3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화장품 관련 학과의 대학강의도 해왔으며 코스인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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