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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CHALLENGE (7)] 태도(Attitude) (1)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생각과 행동 지배하고 인생마저 바꾸는 태도의 힘

 

[코스인코리아닷컴 전문위원 신윤창] 국내 LG전자와 피어리스,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LG생명과학, 세라젬H&B, 종근당건강 등에서 영업과 마케팅 분야를 두루 경험한 바탕으로 화장품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과 방향성을 찾아 나간다. 최근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와 함께 국내외적인 많은 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도 겪어 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어려운 결단을 몇번이고 내려야 하는 시점에서 필자가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경험치가 실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편집자>

 

# 태도는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는 사람을 여러 방면에서 알게 모르게 평가하게 된다. 굳이 어떤 기업이나 조직에 속해 있지 않아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나 동네 이웃을 보아도 은연 중에 그 사람이 ‘태도가 좋다, 안 좋다’라는 표현을 자주 하게 된다. 바른 자세, 인사성, 도덕과 규범을 따르는 행동, 말하는 방식, 평상시의 습관, 일에 임하는 자세, 정신상태와 더불어 그 어디에 가져다 놔도 태도라는 단어는 그냥 말이 맞아 떨어진다.

 

도대체 태도란 무엇이길래 인간을 표현하는 이 모든 의미들을 다 포함하고 있을까? 국어사전을 보면 태도(態度)란 ‘몸의 동작이나 몸을 거두 는 모양새’라는 뜻과 ‘어떤 사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자세’라는 뜻으로 몸과 마음가짐 모두에 적용됨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태도는 우리의 정신과 생각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아가서는 우리의 행동까지도 지배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태도란 사람이 생각을 하는 능력이 되기도 하고 행동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 태도는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운명을 좌우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버릇을 고치기가 얼마나 힘든 지를 일러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세 살이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미 습관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습관이 만들어지기 바로 전 단계에 태도가 있다. 그래서 태도를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어 결국 여든 살까지 평생을 함께 살아올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 습관은 우리들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형성된 습관을 바꾸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만성 고질병이 형성되기 전의 태도는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좀더 쉽게 바꿀 수가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 습관을 바꾸기 전에 먼저 태도를 바꾸는 일부터 해보는 게 좋겠다.

 

태도는 타고난 성격이나 자라 온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재미 삼아 하는 MBTI나 혈액형 테스트, 별자리점, 주역 등을 보기만 해도 수많은 세월 동안 통계적으로 모아진 타고난 천성이 주는 사람의 특성들은 상당부분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날 한 시에 똑같이 태어났어도 어떤 이는 대통령이 되고 어떤 이는 평범한 촌부로 살아 가기도 한다. 이는 같은 운명을 타고났어도 환경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다면 분명 태도도 달라졌을 것이고 그 사람의 미래도 당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혼자 살아갈 수가 없다.

 

한자 人은 보이는 그대로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의지하는 모습이다. 이 말은 사람은 누구나 서로가 의지하는 상호 의존성을 통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 다. 여러 사람이 하나로 모인다면 그 어떤 조직이라 해도 상호 의존성은 인간관계에 대한 관리에서 가장 중요 하고 기본적인 것이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7 Habits)에 의하면 상호 의존성이란 오직 진정한 개인의 독립성의 기반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대인 관계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관리를 통해 자식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듯한 맹목적인 남에 대한 의존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심리적, 경제적으로 모두 독립 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개인의 승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1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그래야 비로소 남도 내게 의존하고 나도 남에게 의존할 수 있는 상부상조의 상호 의존성 속에서 대인관계의 승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자신을 먼저 관리할 수 있어야 비로소 대인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먼저 스스로 태도를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 철저한 자기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가 태도를 바르게 통제해 배워야 할 바람직한 태도와 버려야 할 잘못된 태도를 정확히 구분 짓고 잘못된 성격, 행동과 습관 등을 고쳐 나갈 수만 있다면 분명 꿈은 한 발자국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 잘하면 내 탓, 못하면 남의 탓

 

인간관계에서 가장 좋지 않은 태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불평불만과 함께 남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런 태도로 일을 하게 되면 매사에 뜻하는 결론을 얻기가 힘들다. 나는 원래 회의를 용건만 간단히 짧게 하는 편이라서 주제를 벗어나 장황하게 이야기를 끌어 가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무척 피곤함을 느낀다.

 

몇 년 전 내가 중소기업 컨설팅을 했을 때였다. 60대 자수성가한 CEO들과 미팅을 했다 하면 대부분이 과거 경험을 주절주절 얘기하며 젊은 세대가 일하는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젊은이들의 잘못된 행동 탓으로 돌리고 심지어는 세상을 탓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때가 많았다. 컨설턴트로서 나는 가능하면 많이 들어주려고 했지만 그럴 때면 참을 수 없어서 얘기를 끊고 화제를 돌려 다시 회의 주제로 돌아오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중국법인에서 근무했을 때였다. 중국인 대리상 들과 회의시간은 불필요한 얘기가 더욱 심했다.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그 얘기가 이 얘기를 만들고 이 얘기는 저 얘기를 만들며 문제는 모두 남의 탓이고 잘한 것은 모두 자기가 한 것이 된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다 또다른 문제점이 나오면 과거 남이 잘못했던 얘기가 다시 나오고 했던 얘기를 다시 하면서 문제는 모두 남의 탓이 되는 것이 되풀이된다.

 

처음에는 고객의 소리라는 측면에서 그들을 존중해 주며 참고 들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나는 말을 끊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가 다 가도록 회의가 끝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집중에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발생되고 있는 영업적인 현황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아무리 얘기해도 문제보다는 남을 비방하거나 모든 일이 회사지원이 부족하다며 회사 탓으로 돌리는 일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쓰게 된 말은 “그건 아는 얘기고, 그건 좀 전에 했던 얘기고, 그건 과거 얘기고, 그건 딴 사람 얘기고”라고 말을 하며 끊임없이 쏟아 지는 비난의 화살들을 끊으며 “카오리 카오리바~”라고 한다. 중국 발음으로 ‘카오리’는 고려(考虑)하겠다는 말로 확정 지을 수 없는 애매한 대답으로 의미 없고 끝장 없는 회의를 마감지우려는 수단일 뿐이었다.

 

중국에서 마치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하고 양파처럼 껍질을 벗기고 벗겨도 속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대리상들을 마주 하며 처음에는 매우 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5년 정도가 지나자 점점 그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과거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산정권 이후 모든 것을 부인하고 스스로 퇴보한 중국에서 남들에게 잘났다고 나서거나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책임을 지면 비난 받고 숙청당했던 어두운 역사를 가진 중국의 40~50대 기성세대가 된 대리상들은 급속한 자유경제주의로 인해 경제수준은 발전 했지만 의식수준은 아직도 30년 전에 머물러 있었고 철저한 개인의 이익과 돈을 위해 남은 어찌되든 상관 없다는 배금주의자와 이기주의자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 뿐 아니라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체면이 중요한 그들은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으면서도 자신이 받는 모욕은 참지 못해 크게 화를 내고 싸우며 더욱 맹렬히 상대방을 비방하게 된 것이다. 그런 대리상들은 회사와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1년 정도면 대부분 떨어져 나갔고 빈자리는 다른 신규 대리상으로 채워지는 게 일수였다.

 

얼굴 한 가운데 큰 뿔을 가지고 있는 코뿔소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마도 코에 달려 있는 뿔 때문에 항상 중심에 뿔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적인 본질과 다르게 왜곡된 모습이지만 코뿔소는 자신이 보는 세상의 중간에 뿔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는 그것이 자신의 뿔 탓이라는 것도 모른다.

 

그림2 편견과 불평불만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코뿔소의 뿔로 풍자한 그림

 

 

그런데 사실 이런 코뿔소의 뿔은 우리 인간에게도 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뿔인 편견과 불평불만이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이 뿔은 세상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유도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며 잘못된 것은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는 놀랍고 나쁜 재주가 있다.

 

그러나 코뿔소 얼굴에 있는 뿔은 평생 뗄 수 없는 놈이지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이 나쁜 뿔은 우리가 마음 먹기에 따라 떼어낼 수도 있고 아니면 더 크고 높게 만들어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인간은 코뿔소와 달리 마음 속에 뿔 하나가 있다는 것만 인식 하고 반성하기만 해도 뿔은 급속도로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말했다. “깊은 강물은 돌을 집어 던져도 흐려지지 않는다. 모욕을 받고 그 즉시 화를 내는 사람은 작은 웅덩이에 불과하다.”

 

# 비난의 화살은 부메랑이 돼 다시 돌아온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그것이 아무리 형편없다 하더라도 허기를 채워 주는 소중한 고마움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마움을 먹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때로는 배설물 보다 더 구리고 더럽다. 또 때론 비수처럼 날카로워 다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했을 당시, 중국 대리상 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해가 갈수록 가슴이 답답해서 참기가 힘들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A는 B를 비난하고 B는 C를 비난하고 C는 A를 비난 했다. 이들은 도대체 자기 잘못이란 하나도 없는 사람들 같았다. 그런데 그들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많은 다른 대리상들도 A, B, C를 모두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부메랑처럼 멀리 돌아와 결국 자기 심장을 강타하는 것임을 그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조직보다는 개인, 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적 이익,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리며 타인을 맹렬히 비난하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처세술의 한 방편이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에서도 이런 태도는 처음엔 어느 정도 먹혀 들어 갈 수 있었지만 역시나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실제로 대리상들 중에서도 그런 경향의 리더들을 보면 대부분이 1년을 채 못 버티고 하부조직이 와해돼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3년 이상 부하들을 위해 진심으로 헌신하고 노력한 리더들은 실적이 우수한 대리상 조직으로 성장해 하부 대리상들의 존경을 받으며 오랫동안 세라젬화장품 중국 법인의 파트너로서 조직을 이끌었다.

 

과거 중국 춘추 시대 제나라는 강국이었다. 춘추오패 중의 한명인 제나라 환공은 관포지교로도 유명한 관중을 등용해 부국 강병을 꾀하며 춘추시대 가장 강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산동성의 성도인 제남이 바로 제나라의 땅이었으며 중국 세라젬화장품에서 가장 영업을 잘하는 조직이기도 했다.

 

반면, 회사의 본사가 있는 청도 인근지역은 과거 노나라 땅이었다. 노나라는 약소국으로서 제나라에 침범을 자주 당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 지역 대리상들도 영업력이 약해 시장을 자꾸 제남지역 대리상들에게 침범당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 마치 춘추시대의 역사가 현대에 와서 재현되는 것만 같아 신기하기도 했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봐도 부국강병을 하지 못하고 민심이 흔들리는 나라가 결국 약소국으로 전락돼 침범을 당하는 것은 침범한 나라를 탓하기 보다 나라를 강하게 만들지 못한 군주의 잘못을 탓해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청도지역의 대리상 총책임자는 자기 잘못은 하나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위아래도 모르며 남을 비방만 하는 사람으로 악명이 높아 처음엔 멋모르고 모였던 하부 대리상 조직들도 나중엔 상당부분 다른 회사로 떠나 버렸다. 그러니 그 동안 거래했던 매장 들은 재 거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형편이어서 영업력이 강한 인근 제남의 대리상과 거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청도 대리상은 조직이 와해된 것에 대한 자기 잘못은 모르고 자꾸 청도지역을 침범해서 영업을 하는 제남 대리상들을 탓하며 막무가내식으로 회사보고 막아달라고만 요구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영업도 제대로 못하며 제 땅이라고 우기고만 있는 사람에게 시장을 놀리며 마냥 기다려 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번은 참다 못해 7월 실적을 50% 밖에 달성 못한 그녀에게 부진 사유를 물었더니 여름철이라 날이 더워서 화장품이 잘 안 팔린다고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답답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넓은 중국 땅에서 어딘 가을이고 어딘 여름인가요? 어려운 환경인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청도 이남 지역은 40도가 넘는 무더위로더 힘든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판매를 잘하는 곳은 항상 잘하고 못하는 곳은 여전히 못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같은 조건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환경을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환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태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긍정적으로 환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워서안 된다는 얘기는 이제부터 더 이상 말하지 마십시오. 그건 내가 무능력하다는 핑계일 뿐입니다.”

 

손자병법에는 잘못된 것에 대해 병사를 탓하지 말고 조직의 기세를 탓하라고 했다. 직원들이 잘하고 못하는 것은 모두 조직 분위기, 조직의 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리더가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일보다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을 탓하고 다른 조직을 탓하며 회사를 탓한다면 어느 조직이 제대로 사기가 오르겠는가? 반면,  제남지역은 그렇지가 않다.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과 자부심으로 스스로 목표를 향해 노력을 하는 사람들로 뭉쳐 있어서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그것이 일등 조직인 이유였다.

 

그림3 불리한 환경과 조건을 핑계 대지 않고 성과를 냈었던 제남지역 대리상들

 

 

# 먼저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라

 

수석침류(漱石枕流)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해석하면 돌로 양치질하고(漱 양치질 수, 石 돌 석)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枕 베개 침, 流 흐를 류)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말이 되는가? 어찌 돌로 이를 닦고 물을 베개로 사용할 수 있겠는가? 이는 바로 남에게 지기 싫어서 자기가 틀렸는데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지 고집을 부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 진서(晉書) 손초전(孫楚傳)에 나오는 일화이다.

 

진(晉)나라의 손초(孫楚)가 벼슬길에 나가기 전, 젊었을 때의 일이다. 진나라 초엽에는 오랜 전란으로 왕조가 계속 바뀌어 선비들은 현실을 피해 깊은 산으로 들어가 세상을 등지고 살면서 노장사상(老莊思想)을 얘기하며 지내는 것이 유행할 때였다. 손초(孫楚)도 죽림7현(竹林七賢)처럼 세속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 생활하려고 친구인 왕제(王濟)를 불러 그의 속마음을 얘기했다.

 

“나도 이제는 세상을 떠나 ‘수석침류(漱石枕流),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을 베게로 삼을’ 작정이네” 이 말을 들은 왕제(王濟)가 “어이 이 친구야, 자네 말은 ‘침석수유(枕石漱流), 돌을 베개삼고 흐르는 물로 양치하며’ 신선처럼 살겠다는 말 아닌가?”

 

수석침류(漱石枕流)가 아니라 침석수유(枕石漱流)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손초(孫楚)는 왕제(王濟)의 말에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를 부렸다. “자네는 너무 고지식하게 듣는군. 내 말은 돌로 양치 질하겠다는 것은 모래로 이빨을 닦겠다는 것이고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것은 옛날 은자처럼 쓸데없는 소리를 들었을 때 물로 귀를 씻겠다는 뜻이거늘” 여기서 유래된 말이 수석침류(漱石枕流)다.

 

즉,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 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스스로를 합리화해 알게 모르게 책임을 회피하며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가장 쉬운 예가 지각하거나 결근했을 때이다. 만약 어제 밤에 술을 마시고 늦었다면 솔직히 그리 얘기하면 될 것을 이런 저런 다른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런 점을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나는 설령 도저히 힘들어서 안될 것 같으면 전화를 걸어 솔직히 말하고 공식적으로 하루 휴가를 내기 때문이다. 하루는 자주 지각하는 팀장 한 명이 또다시 40분을 지각하고는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차가 너무 막혀 지각했습니다.”

“같은 시간에 나왔는데 오늘따라 차가 유난히 막힌 건가, 아니면 늦게 일어나고 늦게 나와서 차가 많이 막힌 건가?”
내가 묻자 팀장은 주저하듯 쭈뼛거리더니 결국 솔직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늦게 일어났습니다.”
“그럼 차가 막힌 것이 원인이 아니라 늦게 일어난 것이 진짜 원인 아닌가? 근데 왜 교통 핑계를 하나?”

 

임원이란 사람이 이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한마디로 꼰대 짓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인은 어제 술을 많이 마셨다는 자기 잘못에 의한 늦잠이고 교통문제는 과정이며 지각이 그 결과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해 자기 탓은 숨기고 애꿎은 교통체증 같은 다른 탓으로 돌리며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고자 한다.

 

이렇게 매사 원인을 인식하지 못하고 반성하지 못하면 항상 과정도 제대로 흘러갈 수가 없고 그 결과도 뻔한 일이 된다. 사소한 일이라도 항상 자신의 잘못부터 찾고 반성하며 고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작은 일을 보면 큰 일도 알 수가 있는 것처럼 사소한 일을 대충 넘어 가려고 하는 사람에겐 큰 일을 맡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윤창 AMH&B 전무

 

LG전자, 피어리스화장품, 애경산업, 필립스전자, LG생명과학에서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했다. 이후 세라젬H&B와 종근당건강의 중국법인장과 화장품사업본부장을 지냈다. 특히 세라젬H&B에서는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수료한 후 현재 대전대학교 대학원 뷰티건강관리학과 마케팅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신규 화장품회사 AM H&B에서 전무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챌린지로 변화하라', '우당탕탕 중국 이야기', '인식의 싸움', '지금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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