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홍세기 기자] 올해는 전통적인 화장품 유통 근간인 방문판매가 흔들리며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화장품 업계 전체의 고민으로 부각됐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방문판매는 지난해 2조 2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방판 시장 위축은 국내 화장품 전체 시장에서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1. 2013년 방문판매 역성장 가속화
방판 시장 위축은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화장품 매출 중 방판 비중은 2008년 57.1%에서 2012년 23.7%까지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왔다. 올해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22.3%를 차지해 더 줄어든 모습이다.
방판 카운슬러 수가 5년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영업력은 더 떨어진 상태고 방판 매출도 지난해 대비 15% 이상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31.8%를 차지했던 방판 비중은 2012년 19%에서 올해 상반기 10%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내년에는 한자리수 비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8~2013 상반기 방문판매 매출 비중
문제2. 방문판매법 개정 규제 강화 '후원방판' 도입
방문판매법 개정에 따라 후원방판이 도입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후원방판은 방문판매법에서 기존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와 구별하고자 새로 규정한 판매방식이다.
후원방판을 하기 위해선 직접판매공제조합이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과 반드시 소비자 피해보상 보험계약을 해야 영업이 가능하다.
선두 기업들은 이미 후원방판업으로 업종을 전환했지만 아직 많은 수의 기업들이 전통 방판를 고수 있는 상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최종소비자 판매 비중이 70% 이상을 증명하기가 쉽지가 않고 업체간 격차가 큰 상황에서 하위 업체의 경우 시스템을 새로 갖추는데 비용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 될 것이 예상되고 있고, 담합과 불법 다단계 방문판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포상 제도가 도입돼 신고 접수 건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방판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문제3. 특약점 쪼개기 등 '갑 횡포' 논란 시끌

▲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아모레퍼시픽 손영철 전 사장. |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의 손영철 전 사장이 '갑을 논란'으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사과를 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는 아모레피해대리점주협의회가 주장한 아모레퍼시픽이 특약점 쪼개기 등의 실상이 드러났고, 본사 영업팀장의 막말 파문이 일면서 제2의 남양유업 사태로 번지면서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업계 1위라는 명성에 누를 끼치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국정감사 이후 본사와 피해점주 사이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피해점주 측은 다시한번 길거리로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방판 유통 위축 대체 유통채널 찾기도 두각
방판 시장 위축은 예견된 상태다. 5년째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온 만큼 화장품 업체들의 대체 유통채널 찾기도 바빠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면세점을 타깃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주요 관광 면세점에 입점하면서 약 80여개의 매장을 해외 시장에 두고 있다. 특히 2013년 중국에서만 10개 이상의 매장을 확장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면세점 매출이 지난해 대비 40% 이상 늘면서 고가라인 판매의 주요 채널로 방판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특히 면세점은 방판 영업 이익률에 못지 않아 실적 개선 뿐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에도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추가적인 입점을 준비하며 현재 주력 제품인 라네즈, 설화수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 LG생활건강의 '뷰티엔써'. |
LG생활건강 역시 방판 대안 채널로 고가 전용 온라인몰 '뷰티엔써' 를 공식 론칭했다. 뷰티엔써는 LG생활건강의 고가 브랜드 뿐 아니라 경쟁사의 고가제품,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판매하는 토탈 온라인 종합몰로 화장품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뷰티엔써를 단순한 방판 침체를 상쇄해 주는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고가 주도 채널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과감한 초기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서 시장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방판 유통 살리기 업체마다 특별 전략 전개
방판 시장이 위축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화장품 유통채널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각 업체별로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의 '뷰티라운지'. |
아모레퍼시픽은 방판 시장이 위축되자 실적 개선을 위해 방판을 주로 이용하는 연령대가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고려해 맞춤형 상품을 기획해 내놓기 시작했다. 또 방판 사원들의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고 각 대리점과 계약된 방판 사원들의 판매수익 비중을 지금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또 젊은 고객들이 직접 방문하는 것을 꺼려하는 점을 고려해 방판의 오프라인 매장 격인 '뷰티라운지'를 운영하기로 했다.
뷰티라운지는 화장품을 체험하고 피부관리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꾸며 젊은 고객들이 아모레퍼시픽의 방판 브랜드 화장품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뷰티라운지에서 교육하는 프로그램과 제품도 젊은 층이 선호하는 쪽에 무게를 둬 젊은 층이 좋아하는 네일, 메이컵 등의 강좌가 있고 이곳에서 관련 자격증도 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말했다.

▲ LG생활건강의 '뷰티 애비뉴' |
LG생활건강도 체험형 방문판매 매장인 '뷰티 애비뉴'를 내놨다.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피부관리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뷰티 애비뉴는 백화점 브랜드 화장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또 올 4월부터 방문판매 품목에 미용기기 '튠에이지'를 추가하고 숨의 '블라썸가든' 제품과 같이 방문판매 전용 상품도 선보였다. 방문판매를 화장품 위주에서 집에서 스스로를 미용을 관리하는 좀 더 큰 개념의 '홈 에스테틱' 개념으로 확대시켰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존 방문판매에서 판매하던 브랜드는 연령대가 뷰티애비뉴에서 브랜드보다 높아 방문판매도 젊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제2방판을 시작했다"며 "온라인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좀 더 체계적인 피부 진단 상담, 피부 관리 상담, 제품 상담 등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방판 업체 코리아나화장품의 경우 여성 방판 사원이 거의 대다수인 상황에서 20대 남성 방판 사원을 앞세워 남성이 제공하는 뷰티 상담이라는 다소 색다른 방향을 제시해 방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