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없어도 된다는 말에 창업했다가 빚만 떠안게 됐습니다."

경기불황을 타고 단돈 만 원으로 모발 염색을 할 수 있는 '셀프 염색방'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셀프 염색방이란 염색 시술과 두피 관리, 화장품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는 일종의 뷰티숍이다.

대부분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며 태후사랑, 머릿결사랑, 고투콜라, 오땡큐, 기분좋은날, 뷰티초이소, 두피카페, 칼라데이, 버블그린, 컬러하우스, 예스 등이 현재 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태후사랑이 첫 사업을 전개한 이후 1년여 만에 전국 3,500여 개 매장이 개설되는 등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는 셀프 염색방 업주 상당수가 미용사 자격증을 갖추지 않은 일반 사업자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법상 염색제를 머리카락에 바르는 행위 자체도 미용 행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사업장 오픈이 가능하다.

최근 염색방 사업을 시작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단순한 염색 시술이라 별도 자격증이 필요 없다는 말로 업주들을 꼬시고 마구잡이로 점포를 개설하고 있다"며 "순진한 업주들이 본사의 꼬임에 넘어가 지자체 단속에 적발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셀프 염색방 사업에 손을 댔다가 피해를 봤다는 네티즌 '소나기'는 "자격증도 없는 사람을 편법으로 끌어 들인 후 한 달에 한 번 다량의 물량을 계약하게 하고 그걸 소화하지 못하면 그 짐을 전부 떠안게 했다"며 "자격증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시작한 사람들이 주변 미용실의 신고로 인해 영업 정지 당하고 있는 실정인데 그들은(본사) 자기들 뱃속 불리는 행태만 지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맹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입돼 있는 업체와의 계약만 공정거래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알아본 결과 머릿결사랑 등 일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등록이 안 돼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셀프 염색방에 의한 논란이 가열되자 (사)대한미용사회중앙회는 염색방의 염색 행위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를 의뢰한 바 있다. 결과는 대한미용사중앙회의 승리였다. 이로 인해 자격증 없이 염색방을 계속 운영할 경우 과태료와 벌금을 처분받게 됐지다. 하지만 사실상 '셀프'라는 문구 뒤에 숨은 이들의 행위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염색의 경우 미용에 포함되기 때문에 미용사자격증이 있어야 하지만 현장을 파악한 결과 업주 1/3이 무자격자였다"며 "자격증을 갖췄다 하더라도 남의 것을 대여한 후 명목만 빌린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자체에서 단속을 나가도 시술 현장을 적발하지 못할 경우 손님이 셀프로 염색하는 곳이라고 우기면 적발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다"며 "하지만 염색 행위가 적발돼 50만 원 벌금형이 내려진 사례도 있으니 셀프 염색방을 운영하고자 하는 창업주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셀프 염색방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헤어 제품 생산업체 관계자는 "셀프 염색방 대부분이 다단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결국 모든 피해는 업주가 떠안고 본사만 배불리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 관계자는 "셀프 염색방에서 염색 시술 받은 후 머릿결이 상해 미용실에 찾는 고객이 많이 있다. 셀프 염색방을 이용, 운영하려는 고객과 창업 희망자는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또한 이 관계자는 "셀프 염색방은 결국 미용 가격 붕괴를 이끌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것"이라며 "편법을 쓰는 영업은 일시적으로는 확대될 수 있으나 흐름에 의해 없어지는 것이 순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C셀프 염색방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격증 문제와 관련해 대책 마련은 했지만 영업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며 추후 대책과 관련한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